대만에 살면서 겪었던 한국인과의 에피소드를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한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고 먼저 다니던 한국인 남자와 친해지게 됐다.
친해지게 된 계기 같은 건 없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동질감과 애틋함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한 친구가 되어버린다.
그 친구는 정말 재미있었다.
웃음코드가 잘 맞았고 말이 많고 재밌어서 같이 있으면 굉장히 즐거웠다.
퇴근하고 지하철까지 같이 갔는데 역내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수다를 떨기도 했다.
둘 다 30대였고 스스럼없는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는데
전에 만났던 여자 친구는 원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가 꼬셔서 하룻밤 같이 자고 나서 자기랑 사귀게 되었다고 했고
어렴풋한 기억에 전전 여자 친구도 술 먹고 하룻밤 같이 자고 나서 사귀게 되었다고 했었다.
별생각 없었다.
그 사람만의 연애방식이겠거니.
그리고 몇 번 나에게 같이 술을 먹자고 했지만 절대 먹지 않았다.
그냥 싫었다.
대망의 그날은 연말연시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엄청나게 큰 연회장에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였고 추첨, 게임, 노래방 유흥과 분위기 그리고 술에 너도나도 취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들 해산하는 분위기였고 끼리끼리 모여 2차를 가기도 했다.
나는 그 날 술에 너무 취해 집으로 가기로 했고 친한 대만 동생 B와 같이 택시에 올랐다.
하지만 그 한국인 친구가 자꾸만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화장실 가는 척 몰래 뒤로 돌아가서 대만 동생 B와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집으로 잘 가던 중에 다른 대만친구 C에게 전화가 왔다.
그 한국인 남자가 우리 집 근처 패밀리마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고 얼른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이었다.
우리는 집으로 향하던 택시를 돌려 근처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숨어있다가 결국 무서워서 대만인 친구들이 2차로 간 노래방으로 다시 향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 한국인 친구도 술이 많이 취한 상태라 대만 친구 D가 그를 택시 태워 보냈다고 했다.
택시에 태우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얘는 한국인이고 술에 많이 취했으니 ***까지 태워다 주면 된다. 혹시 ***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리면 나에게 다시 전화해달라"며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번호를 건네고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가다가 그 친구는 기사아저씨에게 "아오즈디역 근처 패밀리마트"에서 내려달라고 고집을 부렸고 중국어를 잘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원하는 곳에 내려주고 대만 친구 D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한식당 내 직원들 중 아오즈디역 근처에 사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대만 친구들은 황급히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전에 한번 고데기를 빌려달라고 해서 우리 집 근처 패밀리마트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내 핸드폰은 그 한국인 친구에게 무려 밤 12시까지 4시간가량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왔고 새벽 1시쯤 대만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이리저리 망을 보며 겨우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해서 그 한국인 친구와 마주하게 되고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고 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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