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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만 생활 중 가장 공포스러웠던 그날, (2)

by 늘보랑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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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mei.tistory.com/169

 

대만생활 중 가장 공포스러웠던 그 날,

대만에 살면서 겪었던 한국인과의 에피소드를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한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고 먼저 다니던 한국인 남자와 친해지게 됐다. 친해지게 된 계기 같은 건 없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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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바로 다음날이었는지, 주말이 지나고 였는지 출근을 했다. 

 그 한국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 

초반에는 왜 그러냐고 계속 물었지만 내가 계속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날 저녁 퇴근 후 연락이 왔다.

전화도 오고 라인으로 연락도 왔지만 받지 않았더니 결국 험한 말을 보내왔다. 

너무 당황스러워 저번 그 행동을 짚으며 상당히 곤혹스러웠고 불쾌하다는 표현을 했더니 더 심하고 더 강하고 더 미친 사람처럼 험하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육성이 섞이지 않은 문자뿐이었지만 평소 그런 거친 단어를 접할 일이 없던 터라 빨래를 개고 있던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읽지도 않고 답장도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내가 같이 욕을 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던 이유는 나는 대만에 혼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한국인 친구는 키가 거의 190cm에 가깝고 체중이 100kg에 가까울 만큼 체격이 큰 남자였다. 

그에 비해 나는 160cm도 안 되는 키에 고작 40kg가 겨우 넘는 멸치였다.

내가 무슨 반응을 하던 안 하던 언젠가 갑자기 나한테 찾아와서 해코지라고 할까 봐 무서웠다. 

한국이라면 부모님이나 언니에게 알려서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숨으면 되지만 대만에서는 나 혼자 나를 지켜야 했다. 

그 방법이라곤 그저 숨는 것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한국인 남자는 바로 비자가 만료되어 바로 일주일간 한국으로 떠나 가게에 나오지 않았고 그가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서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가졌다.

그리고 다시 대만으로 돌아와 하루 이틀 정도 근무 날짜가 겹치긴 했지만 그 한국인 친구는 며칠 뒤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날 아무 잘못도 하지 않는 나에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었는데 아마 자기가 한 행동이 부끄러워서 애꿎은 나에게 화풀이를 했거나 아니면 자기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분노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사실 나를 기다린 의도가 뭐였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으니까. 

하지만 남자가 그렇게 술을 진탕 먹고 상대방 여자의 허락도 없이 여자의 집 근처에서 기다리는 건 상당히 민폐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안 돼서 나도 여러 가지 힘든 일이 겹쳐 결국 귀국했다. 

내가 대만에서 살면서 겪은 일 중 가장 공포스러웠던 일은 대만 사람이 아니 한국사람으로 인한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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