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은 절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나도 겁이 많고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기 때문에 살면서 무작정 해외로 공부하러 가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대만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공부를 하겠다고 외국으로 처음 발을 들였던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해외에 첫 발을 들인 시작은 해외여행이었다.
첫 해외여행은 가족여행이었다.
엄마의 절친이 해외여행 가이드였는데 회사의 프로모션 중에 정말 저렴한 패키지가 나왔다며 엄마를 계속 꼬셨던 것 같다.
우리 엄마는 평소 짠순이라 큰돈이 드는 여행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었는지 갑자기 가족 모두가 해외여행을 가게 됐다고 날짜를 맞추자고 하셨다.
아빠는 자영업, 엄마는 주부, 그 당시 언니는 직장인, 나는 백수, 동생은 학생이어서 날짜를 간단하게 맞출 수 있었다.
언니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그때 처음으로 여권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었다.
엄마는 그렇게 거금 500만 원이상을 들여 우리를 데리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처음 공항에 가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처음 외국에 도착한 그때의 모든 처음의 엄청난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엄마의 큰 결심 덕분에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됐고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내 막연한 두려움과 어설픈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돌아온 그 해 여름 나는 1년여간 연락을 주고받은 일본 친구를 만나겠다며 혼자서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고 처음 만나는 일본 친구 집에서 2박 3일 동안 즐거운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렇게 3년 뒤 29살을 앞두고 대만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며 돌연 직장을 퇴사하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가끔 엄마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엄마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데려가 주지 않았으면 난 아직도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한국에서만 살고 있을 것 같다고,
엄마가 첫 스타트를 끊어줘서 내가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외국으로 공부도 하러 다녀온 것 같다고,
그 두려움이라는 선을 넘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가끔 엄마에게 말하곤 한다.
엄마가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까지 우리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간 건 분명히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고,
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여러 나라를 쏘다니고 중국어까지 마스터를 하고 넓고 넓은 유럽여행까지 다녀온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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