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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만 어학당으로 가다.(3)

by 늘보랑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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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간 기숙사에서 룸메와의 불화를 겪고 나는 일주일 만에 방을 옮겼다.

 

옮긴 방 안에는 70세에 가까운 일본 할머니와 20대 중반의 파나마 소녀가 있었다.

일본 할머니는 예전에 중국인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쳤다고 하셨었고, 아주 친절하셨다. 

나를 데리고 학교 근처 맛집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며 중국어를 많이 알려주셨다. 

( 이때는 일본어를 조금 잘했기 때문에 일본어로 대화하는 게 훨씬 편했지만 지금은... 0개 국어다. )

파나마 소녀는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는 성격좋은 친구였다. 

한국 드라마를 정말 자주 봤으며 뜬금없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를 나에게 말하며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다. 

천사 같은 새로운 룸메들과 즐겁게 며칠을 보내고 수업 첫날 학교에 갔다. 

 

기숙사는 산꼭대기에 있었고 수업을 듣는 교실은 학교 입구에 있어서 매일 하산과 등산을 반복했다. 

어학당의 수업은 월, 수, 금 문법 수업 화, 목 회화수업으로 나뉘어있으며 초급반은 오전 9시~12시 수업이었다.

고급반은 오후 수업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당연히 초급반이었고 한 반에 총 8~10명 정도의 학생이 같이 수업을 들었다.

한국인이 절반 정도, 일본, 베트남, 캐나다, 미국, 호주인이었고 짧은 영어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영어권 나라 사람들은 서로 처음 만났어도 언어가 통하니 바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해서 조금 부러웠다. 

하지만 한국인은 이미 절반이나 되는 숫자였기 때문에 영어 부러워할 것도 없이 방금 만난 한국인끼리 엄청 수다를 떨었다. 

외국에 나가면 언어가 늘지 않을까 봐 한국인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많이 들어서 나도 그래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니 같은 나라 사람이 있고 없고는 굉장히 큰 차이가 나고 곁에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엄청나게 큰 위안이 된다.  

 

수업시간 동안은 100% 중국어로만 진행됐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 알아듣는데 어떻게 수업을 알아듣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다 알아듣는다. 

첫날 나의 이름, 국적에 대해 소개하는 방법을 배우고 중국어 성조를 공부했다. 

다른 나라 언어에는 성조가 없는 만큼 성조를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실제로 성조 연습은 3개월 한 학기 동안 매일 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담임선생님이 숙제를 내줬는데 항상 영어로만 말해줬고 나는 항상 잘 못 알아들었다. 껄껄 

 

정말 재밌는 건 회화수업시간이었는데 수업이 시작할 때 항상 숫자 성조 노래를 부르며 시작했다.

3개월 내내 불렀더니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노래가 생각난다. 

어학당에서 배우는 수업교재는 중산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였는데 완전 초급반이지만 대만에서 살아갈 외국인들을 위해 생존형 중국어가 많이 포함되어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중국어 자기소개만 할 줄 아는데 뜬금없이 이런 내용이 나왔고 계속 연습을 시켰다.

이거 얼마예요? 这个多小钱?

저는 학생인데요, 깎아줄 수 있어요? 我是学生, 可以便宜一点儿吗?

벌써 이런 내용을 배운다는 게 정말 신기하기도 하면서, 대만 사람들의 외국인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렇게 대만 생활에 차차 적응하면서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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