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안속을거라고 장담하던 '보이스피싱' 에 낚였다.

물론 제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정말 안 속을 거니까요!

어제 출근해서 앉아있는데 짝꿍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나 큰일 났어..'
'잠깐 통화 가능해?'
전화를 걸어보니 출근해서 외근을 나가기 전에 잠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고 이런 내용들을 물어봤다고 합니다.

• 너무 심각한 목소리로 검찰청이고 오늘이나 내일 집으로 등기가 갈 건데 받을 수 있는지?
• 지금 ***씨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만든 사기꾼이 있는데 이미 검거가 됐다.
• 하지만 피의자 명의이기 때문에 조사대상에 올랐다.
• 근데 통장 명의가 ***씨 이름이라 검찰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 지금 개인정보에 대해서 확인을 할 건데 주변에 누구 있는지?
• 현재 전화받는 곳이 집인지? 회사인지?
• 계좌에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어느 통장에 얼마나 있는지 말해봐라.
• 혹시 다른 곳에서 전화 와서 개인정보 물어보면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
• 검찰청 사이트 주소를 보내줄 테니 사건번호를 쳐봐라. (정말 쳐보면 나온다고 합니다.)
• 당시 상대방이 보내준 주소로 들어가 보니 대검찰청 사이트랑 정말 유사했지만 몇 시간 뒤 다시 누르니 열리지 않는 페이지였습니다.

여러 후기를 찾아보니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오는 사기, 대포통장 전화는 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합니다.
전화통화가 30분 이상 길어지면 보이스피싱입니다.
개인정보 안 물어봐도 통장에 얼마 있는지 물어보면 보이스피싱입니다.
지금 어디서 전화받고 있냐고 물어보면 보이스피싱입니다.
상대방이 직접 보내주는 사이트는 비슷하게 생겼어도 가짜입니다. 믿지 마시고 직접 검색해서 들어가세요.
현란한 말솜씨로 지금 이게 맞는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하도록 정신 못차리게 밀어부칩니다.

이것보다 저 장황하고 긴 얘기를 전화로 저에게 쏟아내며 정말 큰일 났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 아닌가? 생각했는데 너무 심각하게 말하니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보이스피싱 같더라고요.
'내가 검찰청 사이트 들어가 볼게 기다려봐~'
그러고 나서 주소를 비교해봤는데 전혀 다른 주소더라고요!
하지만 검찰청 사이트랑 정말 비슷하게 만들어놔서 조금만 멍한 상태에서는 당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례를 다 찾아보고 나서 역시 보이스피싱이다 싶어서 전화를 다시 걸어 얘기해줬습니다.
저는 평소 차분하고 절대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으로 말을 해줬더니 짝꿍이 제 말을 믿는 듯싶으면서도 개인정보를 물어보지 않았다면서 10%의 진짜일 확률이 있으니 검찰청에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통장에 얼마 들어있는지 물어보는건 개인정보가 아닌가요?ㅎㅎ 바보죠.
'보이스피싱이 확실하긴 한데 확인해보고 싶으면 해 봐~'
'그리고 어차피 뺏길 돈도 없잖아..ㅋㅋ'
저는 이런 팩폭을 날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제3자의 입장으로 전해 들었으니 망정이지.
그냥 정신없이 일하는상태에서 그런 전화를 받으면 긴가민가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 다시 전화 주겠다던 보이스피싱은 다시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네 맞아요 통화해보니 얘는 딱히 돈이 없음 ㅋㅋㅋㅋㅋㅋ
짝꿍이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인지하고 다시 전화 오면 욕을 해줄 거라고 했는데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습니다.